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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에서 태어난 달콤한 절임, 울외장아찌의 정체를 밝히다 울외장아찌 | 박과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은은한 단맛과 아삭함의 조화Preserved Korean Gourd (Ul-oe Pickles) 장아찌 하면 많은 이들이 오이, 마늘쫑, 고추장아찌 등을 떠올린다. 그러나 한국 전통 음식 문화에는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진짜 장아찌’들이 존재한다.그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재료를 쓰며, 독보적인 단맛과 아삭함을 자랑하는 전통 음식이 있다. 바로 ‘울외장아찌’다. 울외는 언뜻 보기엔 애호박이나 참외처럼 생겼지만, 사실은 박과 식물의 일종이다. 과거 농촌에서는 참외 대신 울외를 재배해 장아찌, 된장박이, 젓갈 등으로 활용했으며, 지금도 경북 내륙, 전북, 충청 일부 지역에서는 향토 반찬으로 사랑받는다. 울외는 단단하고 수분이 적어 장아찌 재료로 최적이며, 오래 절일수록 단.. 2025. 11. 21.
다래순무침 | 산속에서 내려온 봄의 나물, 가장 순수한 향을 담다 다래순무침, 다래 덩굴의 어린 순을 데쳐 무친 음식Wild Kiwi Vine Salad (Darae-sun Muchim) 봄이 되면 산은 가장 먼저 우리의 식탁을 흔든다. 나뭇가지가 움트기 전, 땅이 본격적으로 녹기 전, 자연은 사람에게 신호를 보낸다. ‘지금이 나물을 캘 때’라고.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봄나물이 있다. 바로 ‘다래순’이다.그리고 이 다래순으로 만든 향토 반찬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 다래순무침이다. 다래는 흔히 ‘다래열매’로 알려진 야생 과일이지만,이 식물의 진짜 보물은 열매가 아니라 ‘순’이다. 봄에 솟아오르는 어린 덩굴순은 연하고 아삭하며, 특유의 풀향기와 새콤한 풍미를 지녀 별미로 여겨졌다. 다래순무침은 한국의 일부 산간 지역, 특히 강원도와 충북, 경북 내륙 등지에서 .. 2025. 11. 20.
생질경이무침 | 잡초인 줄 알았던 질경이, 식탁에 오르다 생질경이무침 | 길가에서 자라는 질경이로 만든 무침Wild Plantain Leaf Salad (Jilgyeong-i Muchim) 보통 사람들은 ‘잡초’라 부르는 식물 중에도, 사실 수천 년 전부터 약초, 나물, 민간요법 재료로 활용된 귀한 식물들이 많다.특히 한국의 전통 식문화에서는 길가나 들녘에서 쉽게 자라는 식물들을 따다가 나물, 무침, 즙, 약으로 다양하게 활용해 왔다.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생질경이무침’이다. 질경이는 들길, 논두렁, 골목길, 심지어 아파트 화단까지 자라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식물로, 한의학에서는 오래전부터 해독작용과 이뇨효과, 기관지 개선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이 질경이 잎을 데치지 않고 생으로 다듬어 무치는 방식이 바로 ‘생질경이무침’이다. 생질경이무침은 향긋한 풀향.. 2025. 11. 19.
고사리로 밥을 짓는다고? 놀라운 고사리밥 고사리밥 | 나물 중 고사리를 주재료로 하는 전통 밥상Bracken Fern Rice (Gosari-bap): A Taste of the Mountains ‘고사리’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제사 음식이나 잡채 속 한 줄기를 떠올린다. 그러나 고사리는 단순한 부재료가 아니다. 우리 조상들은 봄이면 산으로 올라가 고사리를 꺾었고, 그 고사리를 삶아 말려 저장해 한 해 내내 밥상에 올렸다. 고사리는 나물의 대표격이자,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하면서도 동시에 점점 멀어지고 있는 식재료다. 이 글에서 소개할 음식은 바로 ‘고사리밥’이다. 흔히 고사리를 곁들인 밥이 아닌, 말 그대로 고사리가 주재료인 밥이다. 고사리를 아끼지 않고 넣고, 고사리의 향과 식감을 살려쌀과 함께 지은 향토 전통 식사다. 한 그릇의 고사리밥은 .. 2025. 11. 19.
자연에서 우러난 달콤한 술, 산딸기술 만들기 산딸기술 | 산딸기로 담근 전통 약술Wild Raspberry Liquor (San-ddalki Sul): A Traditional Fruit Wine 한국의 전통주 문화는 막걸리, 소주, 청주만으로는 결코 설명되지 않는다. 지역마다 숨어 있는 자연 발효주, 약술, 민속주가 여전히 존재하며, 그 중 일부는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채 사라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산딸기술(산딸기주)이다.산딸기술은 자연에서 자란 야생 산딸기를 발효시켜 만든 전통 약술로, 한때는 여름철 보양주이자 여성 건강주로 각광받았으나 지금은 점점 잊혀져가고 있다. 이 술은 붉은색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산딸기의 신맛과 단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자극적이지 않은 은은한 풍미를 갖고 있다. 알코올의 자극을 줄이고 천연 항산화 성.. 2025. 11. 18.
전복을 갈지 않았다, 통째로 넣었다! 제대로 된 생전복죽의 진수 생전복죽 | 전복을 간 게 아니라, 통째로 넣어 끓인 전복죽Whole Abalone Porridge (Sliced, Not Blended) 죽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아플 때나 입맛 없을 때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전복죽’은 한 끼 식사 이상의 상징성을 가진 음식이다. 고급 한식, 건강식, 환자 회복식, 보양식이라는 다양한 이미지가 전복죽이라는 이름 아래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러나 전복죽이라고 모두 같은 전복죽이 아니다. 전복을 갈아넣은 죽과 생전복을 통째로 넣어 끓여낸 죽은 맛의 깊이도, 식감도, 그 의미조차 다르다. 이 글에서 소개할 음식은 한국의 해안 지역, 특히 남해안과 제주도에서만 제대로 된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생전복죽’이다.말 그대로 전복을 갈지 않고, 껍데기만 제거한.. 2025. 1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