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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도 아니고 젓갈도 아닌, 가자미식해의 정체

by TREND& 2025. 11. 7.

가자미식해 | 생선을 발효시킨 찬바람 계절식, 강원도 향토음식

Fermented Flounder (Sikhye) from Gangwon Province

 

생선을 발효시켜 만든 한국의 독특한 음식, 가자미식해

‘식혜’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달달한 음료 형태의 전통 후식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강원도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의 식혜가 존재한다. 바로 ‘가자미식해’, 생선을 곡물과 함께 발효시켜 만든 전통 발효 반찬이다. 가자미식해는 주로 겨울철 강원도 해안가에서 만들어 먹던 향토 음식으로, 차가운 바람 속에서 생선과 밥, 고춧가루, 마늘, 생강 등이 어우러지며 서서히 숙성돼 깊고 진한 맛을 내는 음식이다. 지금은 일부 지역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도시에서는 거의 접할 수 없는 희귀 음식이 됐다.

 

이름부터 특별한 전통 반찬, 가자미식해란 무엇인가요?

가자미식해는 생선(가자미)을 주재료로 한 발효식품이다. ‘식해’는 사실 음료가 아니라, 곡물(밥, 엿기름 등)과 생선 또는 해산물을 함께 발효시킨 음식을 말한다. 지역에 따라 명태식해, 조기식해, 도루묵식해 등 다양한 식해가 존재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자미식해는 강원도 동해안 지역(속초, 고성, 강릉 등)의 대표 향토 음식이다. ‘가자미식해’는 밥도 아니고 찌개도 아닌, 완전히 새로운 장르의 음식으로 분류된다.

 

찬바람 속에서 숙성된 강원도식 발효의 지혜

가자미식해는 반드시 겨울철에만 만든다. 그 이유는 발효 온도 때문이다.

  • 10도 이하의 낮은 기온에서 천천히 숙성돼야 비린 맛 없이 깊은 감칠맛이 우러나오기 때문이다.
  • 특히 1월~2월 사이의 한파 기간에 만든 가자미식해가 가장 맛이 좋다고 평가된다.

과거 냉장고가 없던 시절, 강원도 주민들은 겨울철 찬 기운을 이용해 식해를 숙성시켰고, 그 덕분에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겨울 저장식품이 되었다.

 

가자미식해는 단순히 생선을 소금에 절이는 젓갈과는 다르다. 곡물과 생선이 함께 들어가는 ‘복합 발효 음식’이다.

재료 설명
가자미 살이 단단하고 지방이 적은 생선
찹쌀밥 곡물 발효를 위한 필수 재료
고춧가루 매콤한 맛과 방부 효과
마늘, 생강 잡내 제거, 풍미 강화
소금 보존성 유지
엿기름 (선택) 단맛과 숙성 촉진용
무채, 배추 (선택) 씹는 맛을 더해주는 부재료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전통 숙성 방식

가자미식해는 기본적으로 일주일 이상 숙성해야 하며, 숙성 후에도 1~2주 동안 저온에서 보관하며 먹는 전통 발효음식이다.

식해는 숙성 단계에 따라 맛이 변화되며, 처음엔 매콤하고 나중엔 새콤한 맛이 올라온다.

전통 조리 순서 (예시)

  1. 가자미 손질: 비늘 제거 후 깨끗하게 씻고, 3~5cm 크기로 자름
  2. 가자미 염장: 소금을 뿌려 24시간 이상 절인다
  3. 밥 준비: 찹쌀밥을 고슬고슬하게 지어 식힌다
  4. 양념 만들기: 고춧가루, 마늘, 생강, 엿기름을 섞어 양념장 준비
  5. 무채 추가: 무를 채 썰어 함께 섞는다
  6. 버무리기: 손질한 가자미 + 밥 + 양념 + 채소를 고루 섞는다
  7. 숙성: 항아리나 밀폐 용기에 담아 실온(8~10도)에서 3~5일
  8. 저온 숙성: 이후 냉장 보관하며 7~10일간 더 숙성하면 완성

 

비린 생선맛? 전혀 아님! 감칠맛 폭발

가자미식해는 겉보기엔 비주얼이 거칠지만, 한 입 먹어보면 놀라운 맛의 깊이에 빠지게 된다.

  • 첫맛: 새콤하고 톡 쏘는 발효향
  • 중간맛: 매콤하면서 짭조름한 감칠맛
  • 끝맛: 입에 감도는 은은한 단맛과 고소한 생선살

비린맛은 없고, 오히려 된장과 김치 사이 어딘가에 있는 깊은 발효의 풍미가 느껴진다. 생선에 밥이 섞여 있기 때문에 부드럽고 든든한 포만감도 준다.

 

가자미식해는 찬밥에 비벼 먹는 반찬으로도 좋고, 막걸리 안주나 소주 반찬으로도 제격이다.
특히 추운 겨울날, 따뜻한 밥 한 공기와 함께 먹으면 속까지 따뜻해지는 느낌을 준다.

✅ 추천 먹는 법

  • 흰쌀밥 위에 한 숟갈 올려 비벼 먹기
  • 김에 싸서 쌈처럼 먹기
  • 살짝 구운 김과 곁들여 먹기
  • 시래기국이나 된장국과 함께 먹기

조미료나 양념 없이도 완성된 맛이기 때문에 별다른 반찬 없이도 식사가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