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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 간장 절임의 숨은 보석, 가리장을 아시나요?

by TREND& 2025. 11. 4.

가리장 | 조개(가리비 아님)를 간장에 절인 전통 장요리

Soy Sauce Marinated Shellfish (Gari-jang): Rare Seafood Dish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새우장, 간장게장 같은 ‘간장 절임 음식’은 익숙하게 떠올릴 수 있다. 짭조름하고 감칠맛이 도는 이 장요리들은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울 수 있을 정도로 맛과 중독성이 강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심지어 한국 사람도 잘 모르는 전통 장요리가 있다. 바로 '가리장(가리비장이 아님)’이다.
가리장은 조선시대부터 남해안 일부 어촌에서 전해 내려온, 조개를 간장에 절여 먹는 전통 음식이다. 그 이름조차 생소하고, 먹어본 사람도 극히 드물지만, 바다와 사람의 지혜가 어우러진 숨은 밥도둑의 정수로 평가받는다. 이 글에서는 가리장의 정의, 재료, 제조법, 맛, 문화적 가치, 그리고 사라지고 있는 이유까지 자세히 소개하겠다.

 

가리장이 무엇인가요? 조개의 정체부터 먼저 알아보자

가리장은 ‘가리’라는 조개를 간장에 절여 숙성시킨 장요리를 말한다. 여기서 ‘가리’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리비(scallop)와는 전혀 다른 조개로, 주로 경상남도 통영, 고성, 거제, 전남 여수, 순천 등 남해안 지역의 갯벌에서 채취되는 토종 조개류를 말한다. ‘참 가리’, ‘백가지’, ‘조개 가리’ 등으로도 불리며, 정확한 학명보다는 어민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방언이다. 이 조개는 크기가 작고, 패각이 얇으며, 육질이 부드럽고 간장에 잘 어울리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대량 유통이 어려운 조개라서 시장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주로 어촌 가정에서만 비공식적으로 전통방식으로 만들어 먹는 귀한 음식이다.

 

가리장 조개 간장 요리가리장 조개 간장 요리

단짠보다 깊은 '은은한 감칠맛'

가리장은 일반적인 장요리와는 확실히 다른 풍미를 지닌다. 보통 간장게장이나 새우장은 단맛과 짠맛이 강한 편인데,
가리장은 짜지 않고, 오히려 담백하면서도 은근하게 바다 내음을 품은 맛이다. 입에 넣는 순간, 조개살이 부드럽게 씹히면서 숙성된 간장의 감칠맛과 조개의 단맛이 입 안을 감싼다. 특히 조개의 내장이나 이물질이 없기 때문에 깔끔하고 맑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가리장은 어떻게 먹으면 좋을까요?

밥반찬 이상의 고급스러운 풍미

가리장은 소박한 반찬이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

 

활용법 예시:

  • 따뜻한 밥 위에 올려 먹기: 참기름 몇 방울만 곁들이면 환상의 조합
  • 쌈채소와 함께 곁들임: 깻잎, 상추에 가리장 한 점 올려 먹기
  • 비빔밥 재료로 활용: 나물들과 함께 넣으면 감칠맛 UP
  • 죽/미음과 함께: 은은한 맛이 있어 고급 반찬 역할 가능
  • 전통주 안주: 담백하면서도 짭짤한 풍미는 막걸리나 청주와 잘 어울림

✅ 한 번에 많은 양을 먹기보다는, 작은 접시에 조금씩 덜어 천천히 즐기는 방식이 권장된다.

 

 

가리장의 제조법은 간단해 보이지만, 정성과 경험이 필요한 작업이다. 특히 간장 절임에 사용되는 조개는 해감이 완벽해야 하며,
간장도 일반 간장이 아닌 한 번 끓였다 식힌 간장이나 집에서 담근 조선간장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가리장 만드는 법

재료:

  • 신선한 가리(참가리, 백나리 등)
  • 진간장 또는 조선간장
  • 마늘, 생강, 청양고추, 대추, 다시마 등 향신 재료
  • (선택) 매실청, 설탕 약간 – 단맛 조절용

제조과정:

  1. 가리를 깨끗이 씻고 해감한다. (소금물 해감 최소 3시간)
  2. 끓는 물에 간장을 붓고 마늘, 생강, 고추 등 향신료를 넣어 한소끔 끓인다.
  3. 간장을 식힌 후 병이나 항아리에 가리와 함께 담는다.
  4. 실온에서 2~3일 숙성 후, 냉장보관으로 이동.
  5. 7일 이상 지나면 먹을 수 있으며, 1~2주 차에 가장 맛이 좋다.

📌 가정에서는 소량으로만 담그기 때문에 유통이나 대량 생산이 거의 불가능한 장요리다.

 

가리장은 왜 보기 힘들어졌을까요?

원인 설명
⛔ 조개 채취량 감소 갯벌 매립, 해양 오염으로 조개 자원이 줄어듦
⛔ 손질 난이도 작은 조개를 해감하고 손질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듦
⛔ 유통 구조의 부재 시장이나 마트 유통이 어려워 생산자 중심의 소비만 가능
⛔ 기호 변화 짠맛 위주 음식 기피, 장요리 자체를 낯설어하는 젊은 세대

 

현재 가리장은 전국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다만 아래와 같은 지역과 조건에서 여전히 가정식 또는 체험식 형태로 접할 수 있다.

 

  • 경남 통영, 고성 어촌 가정식 식당
  • 전남 여수 향토음식점 – 비공식 메뉴로 제공됨
  • 전통 장류 체험관, 향토음식 박람회 부스
  • 온라인 소량 생산 장류 판매처 (예약 필요)

대부분은 미리 전화 문의나 현장 예약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식당 메뉴에는 표기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숨겨진 메뉴’처럼 취급되기도 한다.

 

새우장, 게장과는 뭐가 다를까?

항목 새우장 간장게장 가리장
주재료 생새우 꽃게 토종 조개
단짠, 자극적 진한 해산물 풍미 은은한 감칠맛
유통성 좋음 (전국판매) 좋음 (프랜차이즈 있음) 낮음 (지역 소량 생산)
가격대 중간 고가 불규칙 (수급에 따라 다름)
대중성 높음 매우 높음 낮음 (희귀 음식)

 

가리장은 단순히 간장에 절인 조개가 아니다. 이 음식은 어촌의 생활과 바다의 시간, 손맛과 발효 기술이 담긴 전통의 집합체다.
이런 음식이 사라지는 건, 재료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다. 전통 장요리는 산업화에 밀려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지만, 오히려 이런 시대에 더 필요한 음식일 수 있다. 자극적인 맛보다 은은하고, 대량 생산 대신 정성을 담은 음식.
가리장은 현대 식탁에 작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존재다.